보랏빛 연가

* 창포말 등대 *

조혜강 2004. 9. 13. 00:03
* 창포말 등대 * 영덕 해맞이 공원 작은 언덕배기 사랑 저 깊고 넓은 그대 가슴을 연모하는 나의 애달픈 침묵이 깃발처럼 서 있습니다 그대와 나의 기쁜 언약식이 있었던 날 그대 가슴으로 오는 모든 길이 축복에 몸둘 바를 몰라 시퍼렇게 살아 있는 우리 심장을 향해 서로 할키고 물어뜯어 헤진 소라껍데기에 응고되어 있습니다 나의 사랑은 오직 그대 한 사람에게만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속살 저며 놓아 이렇듯 밤 잠 설쳐가며 은비늘 펄떡펄떡 땀 솟는 그대 가슴을 열망합니다 그대 가슴에서 낮 동안 광기처럼 돋아나던 사람들의 밀어 얼룩진 흔적 되어 바람결에 다림질되고 어둠에 밀려 몇 발자국 물러난 인세(人世) 잠든 그대 꿈을 꾸나요 맹목적인 내 사랑 꿈을 꾸나요 나 홀로 그대 모습 바라보는 외로움 아, 이 외로움 오히려 기쁨인 것을... 밤이면 나는 그대에게 묻습니다 그대 가슴 속에 별빛을 부어 놓습니다 출렁출렁 걸어오는 요요(耀耀)한 달빛만 그리움으로, 그리움인 채 나를 위로합니다 여명이 눈 뜨면 그대를 향한 내 영원의 밀약은 새벽 샛별에 벌겋게 달아두고 여태 마음 둔 숨가쁜 사랑 그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가만히 한숨 쉬어 봅니다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