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 가을 사랑 *

조혜강 2004. 10. 11. 00:57
* 가을 사랑 * 흰구름 머무는 파란 하늘가 논고동 찾는 왜가리 깃털처럼 오소소 떨려오는 가느단 소리는 마음자락 더듬어 간지럼 태우는 연보랏빛 물봉선화 가을 어느새 왔을까요 진득거리는 이 생률(生栗)빛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 하며 여문 억새꽃 맑은 햇살에 꿈을 피우려 마주치는고독한 눈빛 다색(茶色) 눈빛이었네 흐뭇한 성숙의 아름다움 별 이유없는 서러움이 수평선에 등 대고 돌아누운 채 깊은 숨을 쉬려는 마른 풀잎들을 잠재우려 하나니 가을은 고독할수록 아름답다 하든가 채 떠나지 않은 이별이 가지 끝에 애원하며 따갑게 매달리는데 벌써 곁에 와 있는 또 다른 계절이여 손끝 닿지 않은 내 고독이여 그댄 이 가을을 어이하렵니까 하늘도 외로운 날은 바다를 품고 돌아앉은 산들조차 무릎팍을 맞추는데 사립짝 문밖 산그림자인 아직도 서늘한 그대는 코스모스 여윈 목처럼 욕심없이 흔들리는 이 영혼 내 수수한 산머루빛 치마폭에 그댄 이 가을을 어이하렵니까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