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풍경 달기
간절곶, 그 밤바다에는
조혜강
2008. 1. 15. 15:37
세계 속의 한반도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간절곶을 찾았다 고요한 산자락과 해변을 돌아 찾아간 그곳에는 점등식을 해 놓아 불빛은 찬란하여 아름답고 천 길 만 길 깊은 바다는 낮 사이 사윈 겨울 햇살을 품고서도 열을 식히느라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발걸음마다 흔들리는 골목길의 가스등, 김이 나는 먹을거리로 추위를 달래는데, 밤을 마중 나온 사람들이 찬 별인 양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내온다 보들레르의 시정(詩情)처럼 도취해서 살아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시를 짖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사랑은 얼마나 뜨거운 화인(火印)인가 사랑의 끝은 언제나 다시 사랑하는 것 끝도 없는 영원의 생명선이다 모든 집착은 버려도 사랑일랑 버리지 말자 어느 외로운 날 파도 소리를 어이 들으리 찬 바윗돌에 가슴 비비는 포말의 외침을 어이하리 시작(詩作) 하나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찬미의 고독이다 영혼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새해 새날들 이 순수의 처녀인 아침을 그리며 축복처럼 어깨 위에 포근히 내릴 첫눈도 그려보며 밤과 바다와 별과 바람 몸과 마음과 영혼이 조화되는 곳 사람들의 향기가 섞여 사는 속에서 심산에서 갓 딴 봉밀 같은 사랑을 허락 받고 싶다 순열한 불꽃처럼 타오르는 처연한 한 떨기 꽃핌 같은 한 점 구김 없는 갯바람 같은 엄숙한 사랑의 길도 허락 받고 싶다 - 혜 강 - (2008.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