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 오솔길

숲으로 가는 길

조혜강 2010. 2. 1. 17:07

 

* 숲으로 가는 길 *

 

숲과 바람과 산새와 다람쥐와 까치와 곱게 물들어 내려와 앉은 가랑잎이 기다리는 산 수북수북 쌓인 낙엽 밟으며 발목 아프도록 산길을 걸어 본다 옷섶 기어들며 목을 담금질하는 뜨거운 눈물 단풍 빛으로 떨어지며 낙엽 적시는 이 존재는 아직도 발설하지 못한 내 시어(詩語)들인가 한 잎의 꽃 되어 계곡을 흐르던 노래와 여리게 뜨는 낮달이 읊은 노래와 지나치는 바람에조차 닿을 수 없는 노래와 더 이상 비상할 수도, 추락할 수도 없는 생의 궁극의 자리에서 물속의 여바위처럼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평생토록 그 가슴에 영원히 안주하고 싶은 욕구를 보쌈 하는 일은 음모며 반역의 행위라고 숲이 말하는 것 같다 낙엽 같은 이 쓸쓸하고 매운 향기 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엔 새파란 그리움의 향기가 새의 깃털처럼 가늘게 파닥거린다 밟아도 부서지지 않고 마음 닫아도 이내 들어와 앉는 애절히 눈물겨웁고 간절함 있어 산도 숲도 외친다, 목마르다고 -

 

혜 강 - (2010.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