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경전철을 타고

조혜강 2011. 10. 10. 16:20

 

 

 

* 경전철을 타고 *

 

그리움 일어나는 길 따라

새 세상 얻은 전철은 완벽한 무인운전에다

동서남북 막힘없이 창을 열고 새처럼 나른다.

산 넘고

강 건너

들판 지나

낯선 동네를 기웃대기도

붉은 갈대밭 사이로 흐르는 푸른 낙동강은

저렇듯 도도히 흐를 수 있는가!

가을볕살 떨어지는 김해들판에는

오곡백과가 숨차게 익어가니

내 가슴에도 차오르는 햇살 소리

김수로 왕릉역에 내려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문화가정의 여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티모르에서 정통 토마토스파게티를 먹으니

따끈하고 상큼하여 다음에 다시 찾아 먹고 싶더라.

봄에 가보았던 김수로 왕릉을 한 바퀴 돌고는

봉황동 유적지를 어슬렁어슬렁 걸었는가.

하얀 억새꽃

보랏빛 해국

붉은 꽃무릇들이 내 마음에 분분하고

꽃물을 들이는 그곳엔

기마무사상, 고상가옥, 망루, 황새바위, 패총 등이

따뜻한 발길을 기다리고 있었네.

어리연잎 무성한 늪 속 가야의 배에게 묻고 싶네.

둘 곳 없는 오랜 기다림 참아 내리는 그 정절을

물오리 몇 마리가 기웃거리니

빈 그리움이 닿았을까?

골목 어디선가

내 마음 향기로 물들이며

가슴 한복판에 꽃으로 피어있는 님이

나를 알아보고

내 이름을 부를 것 같아

가슴 떨리는 님아

지금, 보고 싶다.

 

- 혜 강 - (2011.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