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연가

* 산장의 밤 *

조혜강 2018. 4. 20. 19:44

 

* 산장의 밤 *

 

낮에는 바람에 날린 꽃잎이

시냇물 따라 흘러 정이 넘치고

초저녁달이 마중 나온 밤엔

달과 별들이 냇물에 잠겨 그윽한데

은향라 수실로 짠 달빛은

소리 없는 폭포수처럼

산마루에서 쏟아져 내려

임 모습인 양 마음 안에 넘쳐흐른다

어디선가 꽃에 취한 꿀벌들이

제집에 돌아갈 시간을 잊어버려 윙윙거리는 이 밤

이슬 꽃은 새색시처럼 이리도 수줍던가

임 마중하듯 어둔 밤에 피어나네

이름 할 수 없는 애수

이 밤은 가슴이 저려 들고 까닭 모를 눈물이 나니

저 풀벌레의 단조로운 노랫소리조차

, 사랑이구나.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