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풍경 달기
* 사친가를 부르며 *
조혜강
2005. 5. 5. 13:52
* 사친가를 부르며 * 아버지! 해가 지고 있는 바다에 섰습니다 한껏 들이켠 수면 같은 하늘은 낮달의 목 울음에 차 있습니다 오늘따라 고독할 수밖에 없는 설운 이유는 학처럼 긴 당신 목에 걸쳐 있는 얄찍한 노을빛 때문에 한 생애의 유년이 하늘로 치솟던 내 인생의 분수령 엄격하셨던 그 앞에서 마음 놓고 함부로 딩굴어 보지 못한 가난한 사랑 때문인지 요즈음 유독 아버지를 부르고 싶습니다 꽃물살 일렁이며 햇살 잘게 바스라지는 날엔 초록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파장을 보내며 당신 목 솜털 하나 하나에 심어 본 못 다한 자정(慈情) 그곳에서도 못난 딸이 걱정되십니까 이별은 또 다른 해후를 내포한 것 계절 흘러 노을꽃 바람에 지듯 나 또한 떨어져 다시 태어나면 또다시 당신의 딸로서 만나고픈 서러운 자위(自慰) 우리 만날 수 있는 뛰는 희망으로 연소(燃燒)되길 원하면서 아버지의 그리움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채 붉은 혈맥 속에서 울고 싶은 사친가를 목놓아 불러 봅니다. 아버지...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