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연가

그대에게 가는 길

조혜강 2002. 11. 18. 10:04
* 그대에게 가는 길 *



길섶 이름 모를 풀꽃 하나
물 위에 띄우면
강물 위에 누워있는 바람 소리
노래처럼 물살이 퍼져가는 소리가
노 젖는 손등에 흰 햇살로 선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달빛만이 빈 배 가득
외로운 길
뒤돌아 보아도
사람 흔적 하나 없는 길
가끔씩 살아나는 바람 자락이
뱃전을 두드리며 인기척을 한다


모롱이 돌고 돌면 새 길이 열리고
그 길 끝에선 또 다른 길을 열어
잉태되는 일상사의 그리움이
명징(明澄)한 표본의 사슬로 영그는 날


언제부터인가
그대 그리는 날엔
수많은 그리움들 속으로 들어가
저토록 푸른 멍울로 향기로울까


나를 그리워 하자
그대 그리워 하자
구름은 하늘을 흐르고
꽃과 나무들의 기지개는 우주를 흐른다


언제나
그대에게 가는 길은
저렇듯 끊어질 듯 이어져
세상의 벽을 허물고 있다.
도시의 회색빛을 허물고 있다.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