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연가
그대 안에서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조혜강
2003. 6. 12. 21:31
그대 안에서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봄비 맞은 한 그루 나무처럼
푸르게, 푸르게 흔들렸던 날들은
바람처럼 떠나는 것일까
삶의 의미도 익숙지 않은 채
그것이 허무한 꿈인 줄 알지 못하고
초월처럼 태어나 집착처럼 살아온 날들
정말 잘 살아 보려고 쏟아놓은 시들
세월의 지붕 위로 날아다닌다.
비 내려
산안개에 가려 길 흐릴 때
약속처럼 침묵의 언어로
내게로 와
너 넋의 등잔불 심지 돋운
그대
다시는 세월을 말하지 말라고
그대 안에서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