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풍경 달기
* 귀원(歸元) *
조혜강
2003. 9. 4. 09:32
* 귀원(歸元) * 보이지 않는다고 만나지 않는다고 그리움이 아니랴 해거름에 딩겻불 지핀 연기 하늘로 피어올라 피어난 별꽃 피어난 달무리는 질퍽거리는 한 세상 밭고랑에 세월 묻은 우리 엄마 한숨소리 못난 여식 잘되라고 두 손 모으시던 정한수 한 사발 저 산모롱이 돌아돌아 굽이굽이 강을 안은 숲가지 산새들의 둥지에조차 무던히 녹아있을 모정(母情)인데 가르마 같은 하얀 논둑길에 파란 이끼 낀 세월을 바르고 기뻐하며 감사하며 사는데도 오는 그리움 한사코 피하지 못하니 노을의 강바람이 갈숲을 흔드는구나 석양빛 하늘을 물들이며 날아가는 억새꽃향에 갈가마귀 떼 손짓하는 소리 날 오라 손짓하는 소리 늦가을 빈 들녁 산그림자 같은 가만한 영혼을 내려 아, 가고 싶어라, 가고 싶어라 님의 품에 가고 싶어라 (2003. 8. 22)-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