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연가

* 저녁별은 빛나고 *

조혜강 2003. 12. 1. 16:58

* 저녁별은 빛나고 *
그리울 때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할 수 있는 
그대 초롱한 가슴이 있어
하늘은 늘 눈부시더이다
잠들지 못하는 적요한 밤  
어슴막 별로 찾아오는 그대는
해 묵은 계곡의 이끼 같이 곰삭은 언어로
간절한 목마름을 적시더이다
그대 위해 꽃씨를 심어야 할 땅에는
저녁놀에 흐느끼는 태화강이 누워
푸른 해변의 물 깃에 발목을 적시는데
아, 유원(悠遠)한 이여
긴 강물 저리 많아도
이 살 저미는 그리움 하나 끄지 못하고
소슬한 뒤안길의 초겨울 바람만이
허한 살점을 파고듭니다
하늘과 땅 사이 먼 괴리
나를 몽매(夢昧)하게 하는 이 어둠
이 자리에 선 채로 
이 밤을 지샌다 할지라도
그리울 때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할 수 있는 
그대 초롱한 가슴이 있어
하늘은 늘 눈부시더이다
2003. 11. 20- 혜 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