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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풍경 달기

* 카우치에 누워 *

by 조혜강 2012. 1. 17.

    
    * 카우치에 누워 *
    산장을 나서면 나지막한 대운산 산마루로 오르는 오솔길이 나온다.
    수북수북 쌓인 낙엽을 밟으며 30여분 숨차게 올라가다 보면 노송이
    도래솔처럼 둘러싼 정상이 있고, 그곳에 그물로 만든 카우치가 있다.
    굵고 튼튼한 두 소나무 사이에 매달린 카우치를 두 손으로 잡고 흔들어
    낙엽과 먼지를 털어내고 오르느라 땀 밴 몸을 기분 좋게 눕힌다.
    아, 좋다. 솔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은 언제나 푸르고 눈부시구나!
    어떤 때는 너무 푸르러 바다처럼 보일 때도 있다.
    나무들끼리 서로 침범하지 않아 제 자리에서 하늘을 꿈꾸는 숲,
    그 숲과 맑은 바람 그리고 흰 구름 몇 자락 산새 몇 마리와
    아무 가식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어울려 가슴을 나눈다.
    사람들은 산에 갈 때 꼭 동행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지만
    나는 홀로 산에 올라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이런 사유의 시간을 좋아한다.
    산도 사람과 같아서 처음은 서먹서먹하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정이 들어 언제라도 가면 반갑다고 그 품속 깊이 품는다.
    가슴 뛴다. 이 순간의 영원함, 세상과 하나 될 수 있는 에너지!
    내가 원하는 것이면 다 될 수 있고
    세상은 참 아름답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존재의 영속성이 탐색 되고 통찰이 일어나는 이 자리.
    올해 나는 어떤 삶을 이루어 나갈 것인가?
    이 텅 빈 고요 속에서 물음의 본질과 직면하며
    내 삶이 
    누군가에겐 꿈이 되고
    누군가에겐 새로운 인생이 될 수 있게
    맑고 그윽하게 승화되기를…….
    - 혜 강 - (2012.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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