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숲 오솔길92 겨울 산을 오른다 겨울 산을 오른다 밤새 얼음 벤 오솔길 빈 나뭇가지는 여윈 햇살을 줍고 눈 쌓인 낙엽을 이불 삼은 골짜기 자는 듯 조용하다 얼음장을 공명하는 물소리 발 아래 바스라지는 신음소리 바람결에 걸리는 새들의 하품소리에 서로 어울려 노는 회색 구름 텅 비워버린 산은 영혼의 메아리가 울려퍼진다 바깥 세상살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다시 올 절정의 삶을 위해 매순간 잉태하는 새봄빛 진정으로 세상을 살 줄 아는 자연의 품에서 넉넉하게 잉태되는 생명의 신비 서로 교감하고 나누는 뭇 생명체를 보며 갑자기 조바심이 난다 자신과의 끝없는 타협으로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고 싶다 흐르는 시냇물처럼 새롭고 싶다 - 혜 강 - 2022. 12. 28. 낮달 * 낮 달 * 벗은 나뭇가지 시려 찾아 온 것일까 문득 고개 든 하늘은 쪽빛바다 물새의 날갯죽지 하나 떨어져 있네 이 나이에 지금도 낮달 앞에서 눈물이 핑 돌 만치 설렘은 첫사랑의 가슴이 저쯤으로 순수하던가 하늘 한 뼘이 하얀 연꽃 한 잎 떠놓은 듯 바람도 얼어 정지된 초열흘 낮 만월을 위해 꿈꾸는 알몸의 눈빛 가까이 내민 살의 웃음에 걸리는 사랑 하나 - 혜 강 - "Nana Mouskouri - Plaisir d'amour" 2022. 12. 15. 오솔길에 심은 사랑 * 오솔길에 심은 사랑 * 연둣빛 긴긴 정 눈빛 어리는 대운산 오솔길 굽이굽이 시냇물은 타는 목 푸는가 겨웁게 퍼내어도 한량없는 정이어라 향기 여린 꽃바람은 님 소식인지 달빛에도 들리고 별빛에도 들리고 새벽녘 꿈길에도 들리는 님의 음성 이리도 아려 나는 님의 차꽃 같은 그리움만 먹고 사는 한 마리 어린 새 주어도 한이 없고 받아도 한이 없는 무량한 이 사모는 백 년 무성한 솔이런가 천 년 그리운 시내런가 - 혜 강 - 2022. 4. 18. 3월의 바람 * 3월의 바람 *숲이 들려주는 얘기 들으며 정상을 오릅니다만나는 나무와 새와 바람모두가 나를 향해 사랑을 보내주는 듯 합니다산꼭대기의 차고 맑은 공기그 청량함에 살아있음의 기쁨을 만끽하며앉아도 보고 싶은 너럭바위소나무에 걸려 양 날갯짓 하는 카우치에 누워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는 하늘에고여 있는 물빛그 청라 속 마알간 그리움이때때로 나도 몰래 길을 나섰다가어느새 나의 시에 들어와 생명을 뿌립니다.- 혜 강 - 2022. 2. 19. * 산책길 * * 산책길 * 저녁을 먹은 후 산길 따라 산책을 나갑니다 길섶 풀꽃들이 웃으며 인사합니다 예쁜 꽃잎 하나 따 계곡물에 띄우며 당신 곁에 무사히 닿아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만가만 머리카락 흔드는 실바람 사이로 저 만치 당신이 서 있을 것 같아 걸음이 빨라집니다 산 너머로 해님이 하루해를 마감하고 하얀 조각구름 사이로 노을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별들이, 별들이 머리 위로 내려 올 준비를 하는군요 나는 별들의 품안에서 꿈을 꾸며 추억이 오순도순 자라고 있는 그 오솔길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기대로 가득합니다. - 혜 강 - 2020. 6. 29. * 아름다운 거리 * * 아름다운 거리 * 산빛 고운 어느 날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는 산새 한 마리 날아와 내 일상을 떨게 한다 숲과 숲 사이 별과 별 사이 수없는 그리움이 잉태되는 가장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마음이 닮았다고 나를 응시하는 가만히 있으려도 내가 흔들리는 것은 그대가 내 심장 가까이 은밀한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허지만,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대를 놓아주노니 그대가 진정한 자유를 선택하게 되면 언제든 내게 올 수 있고 나도 그대에게 갈 수 있다. - 혜 강 - (2017. 11. 22) 2017. 11. 22. * 산책길에서 * * 산책길에서 * 저녁을 먹은 후 산길 따라 산책을 나갑니다 길섶 풀꽃들이 웃으며 인사합니다 예쁜 꽃잎 하나 따 계곡물에 띄우며 당신 곁에 무사히 닿아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만가만 머리카락 흔드는 실바람 사이로 저만치 당신이 서 있을 것 같아 걸음이 빨라집니다 산 너머로 해님이 하루해를 마감하고 하얀 조각구름 사이로 노을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별들이, 별들이 머리 위로 내려 올 준비를 하는군요 나는 별들의 품안에서 꿈을 꾸며 추억이 오순도순 자라고 있는 그 오솔길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는 기대로 가득합니다. - 혜 강 - (2016. 7. 12) 2016. 7. 12. * 내 삶의 석양 * * 내 삶의 석양 * 하늘과 별과 구름과 새와 시냇물이 오골오골 얘기하는 세상에서 산야초 함초롬 꽃피어나는 산자락을 걷고 있노라면 그곳의 한 풍경이 되고 싶다 지금껏 외부로만 향했던 눈과 귀와 에너지를 내면으로 거둬들이는 작업의 시간 사람들로부터 일로부터 복잡한 생각들로부터 나를 내려놓아 엄마 품안처럼 포근한 품에 폭삭 안겨 진정한 대지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녹슨 삶을 닦아내며 새롭고 신선한 창조적 삶을 위한 카타르시스의 시간이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가 어디쯤 가고 있는가 내 삶의 함량과 밀도를 재어보며 무심, 그 빈 마음으로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텅 빈 충만 나는 나무이고, 구름이고, 새이고, 물이고 싶다 이런 시간이 좋다 이런 시간을 즐길 줄 아는 내가 좋다 내 본성이 스스로 꽃피어.. 2016. 5. 9. * 아한정(雅閑亭)에 올라 * * 아한정(雅閑亭)에 올라 * 푸른빛이다 하늘도 숲도 호수도 푸른빛이다 늘 푸름 간직한 그리움 그대 내게로 오는 이곳에서 골짜기마다 뽑아내는 물길 따라 이렇게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모두들 사랑할 시간이다 사랑은 사람만이 하는 것은 아닌가 봐 노송이 허리 굽혀 호수와 나누는 말들 물속에도 해와 달이 뜨고 새들이 떼 지어 날고 겨울 햇살이 수면에 가득가득 별들을 쏟아내는 것도 사랑할 맛이 나기 때문이다 산새들의 겨울 꿈속에 매화 향기 피어난다. - 혜 강 - (2016. 1. 16) 2016. 1. 16. * 숲에서 나는 소리 * * 숲에서 나는 소리 * 숲에 들어 홀로 앉아 있으려니 들리는 건 새소리 바람소리 꽃 피어나는 소리 더욱 귀 기울이니 내 안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 순수의 빛을 심어주는 숲속에서는 영혼이 더 투명해지는 것 같다. - 혜 강 - (2014, 6. 17) 2014. 6. 17. * 삶의 향기 * * 삶의 향기 * 푸른 산은 달빛처럼 은은한 그늘 있어 걸을수록 좋고 하얀 시냇물은 산새들 노래가 물소리에 실려 들을수록 좋아 산바람에 꽃잎이 흩날린다 서로 상생하며 날마다 새로운 길 열어가는 조화로움 속에서 맑고 조촐하게 살고픈 마음 뜰에 삶의 향기 피어난다. - 혜 강 - (2014. 5. 12) 2014. 5. 12. * 그리움에 산다 * * 그리움에 산다 * 세상 사람들은 그리움에 산다. 모두 그리움에 산다. 엄마 가슴처럼 따뜻한 오솔길 유년과 현재가 소통하 는 이 공간에서 진실로 깊은 숨소리 들을 수 있고 유 난히 눈 큰 단발머리 가시내 풀꽃 따 머리 꽂고 산나 물 캐느라 지칠 줄 모르던 그날들은 얼마나 따스하고 애틋한가.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꽃순 돋아나는 소리처럼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싶은 사람아 몸은 떠 났어도 마음은 늘 함께 하는 사람아 나의 사람아 굳이 반짝이지 않아도 늘 가슴으로 흐르는 별 이 작은 심장 에서 오늘은 수천수만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고 있구나. 세상 사람들은 그리움에 산다. 그리운 것은 그리웁게 그냥 두어야 하는데도 그리움을 부르며 살아가고 있다. - 혜 강 - (2014. 4. 14 ) 2014. 4. 14.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