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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연가

호롱불을 피우며

by 조혜강 2003. 1. 15.
* 호롱불을 피우며 *



겨울 바람 한 자락
빈 가슴에 고요히 담아 보니
갈무리되지 않은 달빛 서리
불러 보고 싶은 이름 있음은
몸 눕혀 감사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사는 동안 써 놓은 부치지 못한 사연
하나같이 쓸쓸한 미소로 용서하오니
이 하룻밤 얼굴 마주하여
불가에서 만나면 어떠리요

눈밭을 걸어봐요
바람 부는 눈밭을 걸어와요
그리움에 가슴 조이며
내 철없음을 삽질해 내던
부질없는 상념들을 가르며

그래도 그리움 하나
청춘의 재산처럼 남아 있어
밤이면 베갯머리 더러는 찾아와
귀밑머리 쓰다듬는 못 잊을 사람

살 속을 후비든 사금파리
흔들거린 잔영의 생생한 흔적도
호롱불 심지 속으로 타 들어가고
방안을 데우는 것은 오로지
그리움, 그리움이어라

- 혜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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