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상(秋想) *
가을은
깊이도 모를 정도로
높고 멀어지는
푸른 하늘
젊음과
야망과
열정으로 치닫던
내 눈길을 거두고
눈 내리깐 고뇌와 사유로 물들어
산자락 오솔길 풀섶따라
지내온 날들을 새김질할 때
칠팔월 햇볕처럼
불가마 같았던 입술도
세월에 목매어 애원하던
서러운 내 사랑도
소슬바람에 귀 열며 비워지는
먼 마음
서늘한 나이의 깊이 만큼
가을날 물살 같이
휘어져 돌아오는 길목에서
억새꽃 한 아름으로
그대를
그대를
기다리는 시심은
소나기 지나간
천년 침묵의 바윗등 같이
흥건한 눈물 씻어간 정결한
가을의
가을의 마음 자리
- 혜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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