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풍경 달기
* 귀의(歸依) *
by 조혜강
2008. 1. 29.
* 귀의(歸依) *
이 정갈한 산사의 새벽에
남녘엔 드물게 또 눈이 내립니다
밤새 눈 오는 소리에 설렘을 감추지 못해 뒤척거리다
새벽을 여니 만상이 하얀 눈에 덮여
끝없는 물결이 이랑 지어 굽이치고 있습니다
가식을 모두 벗어버린 알몸!
미명의 시공간에 영혼이 불붙고 있음이 보입니다
참을 수 없는 피안의 격정이 파열음처럼 터져오릅니다
세월에도 낙마하지 않는 긴 연모를 키우며
만나지 못하나 뜻을 통함에 자유롭고
영혼 속에 늘 함께 하는 님
천 년을 동행하고 싶은 님이 생각납니다
이 새벽을 함께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내 안에서 자라는 생명 같아 이처럼 신령스럽고
넉넉한 감동으로 눈시울 적시우는 님
사랑한다는 것은 언제나 연연하고 향기로워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감정에서 이처럼 신비로운 두근거림과
충족된 향연이 있음에 감사와 기쁨을 드립니다
님을 찾아 먼 길을 나서려 합니다
나를 담금질하여 님에게 다가서려 합니다
사랑과 헌신과 감사의 영원한 청탑을 쌓고 싶어
연등을 밝혀 들고 님에게 다가서려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연모가 손가락 마디마다 혼불을 사릅니다
님이여, 내겐 오직 절대적인 님이여!
기쁜 마음으로 손을 주시렵니까
눈시울 뜨거운 가슴을 내어주시렵니까
너무 쉽게 내 감정은 선정(禪定)에 이른 듯합니다
- 혜 강 - (2009. 1. 29. 새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