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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香에 담은 마음

기미독립선언서

by 조혜강 2008. 2. 25.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잠언집>의 맨 첫머리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말을 썼다.

 

위의 병풍을 보니까 이 말이 더욱 절실하게 들리는 것은 이 글을 쓰신 선생님이

작고하신 지 20 년이 지났으니 백골이 진토 되었을 터, 허지만 님이 쓰신 병풍은

우리 집 안방을 지금껏 잘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20 년전 서예를 할 당시 지도를 해 주시던 金 城子 模子 晩源 金城模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으로 지도하시는 제자 중 수제자 한 사람을 선정하여 선물로 주시겠노

라 하셨는데, 완성 후 혜강에게 주셔서 다른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한편으로

너무 기뻣던 기억이 새롭다.

 

위의 사진은 '기미독립선언서'의 원문을 적은 병풍이다.

191931일의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을 기하여 민족대표 33인이 한국

의 독립을 내외에 선언한 글로서 3. 1절을 며칠 앞둔 이 시점에 한 번 되새겨 봄

직한 글이다.

 

각각의 폭을 한 '각폭병풍'이 아닌 선언서 전문을 8폭에 붙여 쓴 '일지(一枝)병풍'

으로 많은 서예 작품 및 전시를 보아왔건만 '기미독립선언서'를 병풍으로 작품화

한 것은 볼 수 없었다. 그대로 두면 사장될 것 같아 받은 즉시 표구를 하여 지금껏

우리 집 안방에 모셔두고 시시때때로 선생님을 대하듯 읽어 보곤한다. 매화지를

사용했으면 깨끗하련만 기계지를 사용한 때문인지 누렇게 변색이 되었으나 그런

대로 멋이 있어 아끼며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살아오면서 자신이 선택한 부분에 대한 후회는 없건만, 서예 부분만은 그렇지 않

. 선생님 돌아가시자 내게도 병고가 왔다. 목디스크에다 견비통마저 겹쳐 어쩔

수 없이 붓을 꺾을 수밖에 없었지만......

"감성이 여리면서도 지조 있고 그 향기가 은은하여 산그리메에 피어나는 난()

같다" 하여 혜강(蕙崗)이란 호()를 주신 선생님!

오늘따라 한없이 그립고 보고 싶다.

 

* * *

원문은 아래와 같다.

 

己未 獨立 宣言書(기미독립선언서)

宣 言 書( 선 언 서 )

 

吾等(오등)()() 朝鮮(조선)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 언)하노라. ()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

人類平等(인류평등)大義(대의)克明(극명)하며, ()로써 子孫萬代(자손

만대)()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正權(정권)永有(영유)케 하노라.

 

半萬年(반 만년) 歷史(역사)權威(권위)()하야 ()宣言(선언)함이며,

二千萬(이천만) 民衆(민중) 誠忠(성충)()하야 ()佈明(포명)함이며,

民族(민족)恒久如一(항구여일)自由發展(자유발 전)()하야 ()

(주장)함이며, 人類的(인류적) 良心(양심)發露(발로)基因(기인)世界改造

(세계개조)大機運(대기운)順應幷進(순응병진)하기 ()하야 ()提起

(제기)함이니, ()()明命(명명)이며, 時代(시대)大勢(대세)ㅣ며,

人類(전인류) 共存同生權(공존동생권)正當(정당)發動(발동)이라, 天下何物(

하하물)이던지 ()沮止抑制(저지억제)치 못할지니라.

 

舊時代(구시대)遺物(유물)侵略主義(침략주의), 强權主義(강권주의)犧牲(

)()하야 有史以來 (유사이래) 累千年(누천년)에 처음으로 異民族(이민족)

箝制(겸제)痛苦(통고)()한 지 ()十年 (십 년)()한지라. ()

生存權(생존권)剝喪(박상)됨이 무릇 幾何(기하)ㅣ며, 心靈上(심령상) 發展(발 전)

障碍(장애)됨이 무릇 幾何(기하)ㅣ며, 民族的(민족적) 尊榮(존영)毁損(훼손)

이 무릇 幾何(기하)ㅣ 며, 新銳(신예)獨創(독창)으로써 世界文化(세계문화)

潮流(대조류)寄與補裨(기여보비)機緣(기연) 遺失(유실)함이 무릇 幾何(

)ㅣ뇨.

 

(), 舊來(구래)抑鬱(억울)宣暢(선창)하려 하면, 時下(시하)苦痛(고통)

擺脫(파탈)하려 하면, 將來(장래)脅威(협위)芟除(삼제)하려 하면, 民族的(

족적) 良心(양심)國家的(국가적) 廉義(염의)壓縮銷殘(압축 소잔)興奮伸張(

분 신장)하려 하면, 各個(각개) 人格(인격)正當(정당)發達(발달)() 하려

하면, 可憐(가련)子弟(자제)에게 苦恥的(고치적) 財産(재산)遺與(유여)치 안이

하려 하면, 子子孫孫 (자자손손)永久完全(영구 완전)慶福(경복)導迎(도영)

려 하면, 最大急務(최대 급무)民族的(민족 적) 獨立(독립)確實(확실)케 함이니,

二千萬(이천만) 各個(각개)()마다 方寸(방촌)()() 하고, 人類通

(인류 통성)時代良心(시대 양심)正義(정의)()人道(인도)干戈(

)로써 護援 (호원)하는 今日(금일), 吾人(오인)()하야 ()하매 何强(하강)

()치 못하랴. 退()하야 () 하매 何志(하지)()치 못하랴.

 

丙子修好條規(병자수호조규) 以來(이래) 時時種種(시시종종)金石盟約(금석 맹약)

()하얏다 하야 日本 (일본)無信(무신)()하려 안이 하노라. 學者(학자)

講壇(강단)에서, 政治家(정치가)實際(실제)에 서,() 世宗世業(세종세업)

植民地視(식민지시)하고, () 文化民族(문화민족)土昧人遇(토매인우)하 야,

征服者(정복자)()()할 뿐이오, ()久遠(구원)社會基礎(사회

기초) (탁락) 民族心理(민족 심리)無視(무시)한다 하야 日本(일본)少義

(소의)함을 ()하려 안이 하노라. 自己(자 기)策勵(책려)하기에 ()吾人(

)()怨尤(원우)()치 못하노라. 現在(현재)綢繆(주 무) 하기에

()吾人(오인)宿昔(숙석)懲辨(징변)()치 못하노라. 今日(금일) 吾人

(오인)所任 (소임)은 다만 自己(자기)建設(건설)()할 뿐이오, ()

()破壞(파괴)()치 안이하도 다. 嚴肅(엄숙)良心(양심)命令(명령)으로

自家(자가)新運命(신운명)開拓(개척)함이오, ()舊怨(구원)一時的(

시적) 感情(감정)으로써 ()嫉逐排斥(질축 배척)함이 안이로다. 舊思想(구사상),

舊勢力(구세력) (기미)日本(일본) 爲政家( 위정가)功名的(공명적) 犧牲(

)이 된 不自然(부자 연), () 不合理(불합리)錯誤狀態(착오상태)改善匡正

(개선 광정)하야, 自然(자연), () 合理(합리) 正經大原(정경대원)으로 歸還(

)케 함이로다. 當初(당초)民族的(민족적) 要求(요구)로서 ()치 안이 한 兩國

倂合(양국 병합)結果(결과), 畢竟(필경) 姑息的(고식적) 威壓(위압)差別的(

별적) 不平(불평) 統計數字上(통계 숫자상) 虛飾(허식)()에서 利害相反(

해상반)() 民族間(민족간)永遠(영 원)和同(화동)할 수 업는 怨溝(원구)

去益深造(거익 심조)하는 今來實績(금래 실적)()하라. 勇明果敢(용명과감)

으로써 舊誤(구오)廓正(확정)하고, 眞正(진정)理解(이해)同情(동정)基本

(기본)友好的(우호적) 新局面(신국면)打開(타개)함이 彼此間(피차간) 遠禍召福

(원화 소복)하는 捷徑(첩경)임을 明知(명 지)할 것 안인가. , 二千萬(이천만) 含憤蓄

(함분 축원)()威力(위력)으로써 拘束(구속)함은 다만 東洋(동양)永久

(영구)平和(평화)保障(보장) 所以(소이)가 안일 뿐 안이라, ()()하야

東洋安危 (동양 안위)主軸(주축)四億萬(사억만) 支那人(지나인)日本(일본)

()危懼(위구)猜疑(시의) 를 갈스록 濃厚(농후)케 하야, 結果(결과)

(동양) 全局(전국)共倒同亡(공도 동망)悲運(비운)招致(초치)할 것이 ()

하니, 今日(금일) 吾人(오인)朝鮮獨立(조선 독립)朝鮮人(조선인)으로 하여금

(정당)生榮(생영)()케 하는 同時(동시), 日本(일본)으로 하여금 邪路

(사로)로서 ()하야 東洋(동 양) 支持者(지지자)重責(중책)()케 하는 것

이며, 支那(지나)로 하야금 夢寐(몽매)에도 ()하지 못 하는 不安(불안), 恐怖(

)로서 脫出(탈출)케 하는 것이며, 東洋平和(동양 평화)重要(중요)一部(

) 를 삼는 世界平和(세계 평화), 人類幸福(인류 행복)必要(필요)階段(계단)

되게 하는 것이라. 이 엇지 區區(구구)感情上(감정상) 問題(문제)ㅣ리오.

 

아아, 新天地(신천지)眼前(안전)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時代(시대)

()하고 道義(도의)時代(시대)()하도다. 過去(과거) 全世紀(전세기)

鍊磨長養(연마 장양)人道的(인도적) 精神(정신)이 바야흐로 新文明(신문명)

(서광)人類(인류)歷史(역사)投射(투사)하기 ()하도다. 新春(신춘)

世界(세계)()하야 萬物(만물)回蘇(회소)催促(최촉)하는도다. 凍氷寒雪

(동빙한설)呼吸(호흡) 閉蟄(폐칩)한 것이 彼一時(피 일시)()ㅣ라 하면

和風暖陽(화풍 난양)氣脈(기맥)振舒(진서)함은 此一時(차 일시)()ㅣ니,

天地(천지)復運(복운)()하고 世界(세계)變潮(변조)()吾人 (

)은 아모 躊躇(주저)할 것 업스며, 아모 忌憚(기탄)할 것 업도다.()固有(

)自由權(자유권)護全(호전)하야 生旺(생왕)()飽享(포향)할 것이며,

()自足(자족)獨創力(독창력)發揮(발 휘)하야 春滿(춘만)大界(대계)

民族的(민족적) 精華(정화)結紐(결뉴)할지로다.

 

吾等(오등)()奮起(분기)하도다. 良心(양심)()同存(동존)하며

眞理(진리)()幷進 (병진)하는도다. 男女老少(남녀노소) 업시 陰鬱(음울)

古巢(고소)로서 活潑(활발)起來(기래)하야 萬彙(만휘 군상)으로 더부러

欣快(흔쾌)復活(부활)成遂(성수)하게 되도다. 千百世(천 백세) 祖靈(조령)

吾等 (오등)陰佑(음우)하며 全世界(전세계) 氣運(기운)吾等(오등)外護(

)하나니,着手(착수)가 곳 成功(성 공)이라. 다만, 前頭(전두)光明(광명)으로

驀進(맥진)할 따름일터.

 

公約三章(공약 삼 장)

 

. 今日(금일) 吾人(오인)此擧(차거)正義(정의), 人道(인도),生存(생존),尊榮

(존영)()하는 民族的 (민족적) 要求(요구)ㅣ니, 오즉 自由的(자유적) 精神(

)發揮(발휘)할 것이오, ()排他的(배타적) 感情(감정)으로 逸走(일주)

지 말라.

. 最後(최후)一人(일인)까지, 最後(최후)一刻(일각)까지 民族(민족)正當

(정당)意思(의사)() 發表(발표)하라.

. 一切(일체)行動(행동)은 가장 秩序(질서)尊重(존중)하야, 吾人(오인)

(주장)態度(태도)로 하 야금 어대까지던지 光明正大(광명정대)하게 하라.

 

朝鮮建國 425231

朝鮮民族代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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