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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동행

딸과의 동행(1)

by 조혜강 2008. 7. 22.

오늘은 우리 딸내미를 만나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좋은 데 구경도 가고, 
그 간에 있었던 서로의 절절한 이야기도 나눈다.

딸이 김천에 살고 있기에 전에는 울산과의 중간 지점쯤인 대구에서 
만났는데, 요즈음엔 내가 피곤할까봐 배려하는 마음에 딸애가 부산
까지 내려오겠단다. 휴일엔 부산 근처에 있는 산장에서 쉬기 때문에 
울산이 아닌 부산으로 장소를 정했다.

엊저녁부터 사뭇 설레는 가슴이 오늘 아침 잠이 깨면서부터 또다시 
시작된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남자 쌍둥이를 
키우느라 애쓰는 모습이 늘 가슴 한 켠에 안쓰러움으로 오는 우리 딸! 
허지만 그 크고 깊숙한 두 눈은 선한 세상만 담아내는지 늘 조용한 
호수의 수면 같기만 한 우리 딸!
때로는 친구 같고, 때로는 연인 같고, 때로는 나보다 훨씬 여유롭고 
생각이 깊은 인생 선배 같이 의젓한 아이! 
직장 관계로 어렸을 적에 많이 떨어져 살았기에 딸애를 생각하면 떳
떳치 못하고 늘 죄인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딸애는 지금껏 애틋한 그리움을 품고 사나 보다. 입버릇처럼 

  "나이 들어 쌍둥이들 장가보내고 나면 엄마 하고 살까?"
  "난 싫다. 왜 내가 너희들 시집살이 해?"
  "난 엄마 하고 살고 싶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뉘라 예측할 수 있으랴마는 이런 대화를 나눌 때는 
반쯤 몸과 마음을 감추고 싶다. 어렸을 적 얼마나 그리웠으면 저럴까? 
딸의 눈 속을 똑바로 들여다 볼 수 없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고 목이 
타들어간다.

약속 장소인 부산의 롯데백화점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좀 이른 
시간이지만 마음이 바빠 서두르게 된다. 오늘따라 차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맑고, 투명하고, 아름답다.

딸내미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후 

  "응, 엄마!" 들뜬 딸내미의 목소리가 물보라처럼 생기있게 튀어 오른다.
  "어디쯤 오고 있니?"
  "구포 지나고 있어요."
  "응, 이따 만나. 우리 딸 사랑해. 많이!"
  "응, 나도 엄마 사랑해요. 많이 많이"

딸은 '많이'라는 부사어를 하나 더 붙인다.
롯데 백화점에 들어서서 여기 저기 둘러보며 구경하는 것도 신난다.

한참 후 딸이 도착했다. "엄마!" 부르며 쪼르르 달려와 폭삭 안긴다. 
한 마리 새처럼 가슴으로 날아드는 우리 딸! 깃털처럼 보드랍고 가볍다.

  "반가워. 더 예뻐졌네. 우리 딸!"
  "정말? 엄마도 그래요."

딸애는 온몸으로 웃는다. 윤기 도는 긴 머리채를 흔들며 눈부시게 활짝 
웃는다. 딸을 바라보며 차오르는 가슴 가득 감사와 기쁨이 자라난다.

- 혜 강 - (200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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