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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의 동행

백수문학관을 찾아서

by 조혜강 2013. 11. 25.


조국(祖國) /백수 정완영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 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鶴)처럼만 여위느냐. 

위의 시조 조국(祖國)은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백수 정완영
선생의 초기 작품으로 우리 조국이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너무
나 절절히 배어 있다. 예전에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시적화자의 시정이 
그대로 전이되면서 애국적 시인의 성품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 직접 선생
의 문학관을 딸내미와 함께 찾으니 그 감회가 매우 새로웠다.

지난 11월 2~3일, 일박 2일간 딸내미와 함께 한 오붓한 여행길에서 
붉게 물든 단풍잎이 소슬바람에 하나 둘 떨어져내려 붉은 주단을 깐 듯한
산길을 걸어 경내가 가장 아름답다는 김천 황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동국 제
일 가람 직지사를 찾았다. 

1600년이란 긴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고승을 배출하였고, 어진 사람들의 가슴
에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를 심어온 직지사는 목탁소리, 염불소리, 새들의 노랫
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와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그 모두와 화음을 이루고 있
었다.

직지사 입구의 직지문화 공원내에 설립된 백수문학관은 고귀한 기품을 담은 
청명한 물이 유유히 흘러내리는 곳으로  민족의 정서와 삶의 가락이 온전히
배어있고, 자연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였으며, 현대 시조의 선구자로 시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백수(白水) 정완영 선생 문학관이다.
이곳은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 문학인의 창작공간 제공으로 지역 문화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되었으며, 생존 인물로서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시인의 성품처럼 격조 있고, 정갈하고, 시인의 삶의 흐름과 
생활, 창작공간 등을 엿볼 수 있었으며, 진열된 시인의 작품은 천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심상과 비유와 상징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문학관 아래에는 '김천 세계 도자기 박물관'이 있어 각국의 우수한 도자기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이날은 '황악산악축제 및 시민 등반대회' 등 시민 행사가 있는 날이라 직지문화
공원에는 무대가 꾸며지고, 음악소리가 황악산을 흔드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단풍 구경 온 사람들 또한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다.

파크렌드 호텔에서 한 밤을 같이 지내며 딸내미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같이 하는 시간, 잠깐씩 얘기 하며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해야 하는 것은 딸내미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상황에 순응해야 하는 면도 있겠지만 새롭게 창조하고, 
성장을 향해 자아실현 해 가는 하나의 인격체이기에 엄마로서 끼어들기 보단 그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 년에 한두 번은 단 둘이 오붓이 여행 하며 살자고 손가락을 걸고, 
헤어저 돌아오는 시간 내내 아쉬움 때문일까 차창 밖 하늘에는 딸내미의 얼굴이 
해처럼 둥둥 떠 있었다.

- 혜 강 - (201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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