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의 단상
가을은 언제부터인가
염록소 파괴된 이파리 단 하나 떨어질 때부터
너와 나 우리 사랑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이른 바람에 낯선 거리로 쫒겨나고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쓸쓸함은 쓸쓸함대로
낙업되어 휘날리는 건가요
여름날 한 계절을 불태웠던 우리 사랑은
가을 귀퉁이 외딴 곳에서 떨며 여윈 몸짓을 하는데
친구면 어떻고, 연인이면 어떠랴
붉은 피 뚝뚝 떨어지는 선홍빛 고백이
나뭇가지마다 매달려 애원하는 치악의 단상
초록빛 젊은 밀어를 생성하던 여름날 우리의 한 때는
높푸른 하늘로 가을이 가더라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골목을 기웃거리며 따스한 가슴속을 파고들 날을 그리워할거야
아쉬움 태우지 못한 사랑
치악산 가지가지 조롱조롱 매달린 성숙의 열매로 달래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