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조물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삶이란 아주
작고 허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네 삶은 참으로
싱싱한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답고 또한 자연의 건재한
모습처럼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으로부터 갖고 있는 분노와 갈등,
지위와 물질에 관계없는 삶, 나만의 삶, 큰 울림보다는
내 작은 한 목소리와 발자국이 있어서 내 삶이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자라는 내 생활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을 좋아한다.
세 번씩 차를 갈아타고 또한 30여 분 걸어서 당도하는
"通道寺 聖堡博物館", 산문으로 들어서서 '舞風橋'를
지나면 바람에 춤을 추 듯하는 푸른 소나무들이 열을
서서 먼저 나와 반긴다.
그 소나무들을 우르르 보며 세상의 발밑에서 세속의
온갖 탐욕을 말끔히 씻어내리려는 듯 청청하게 흐르는
푸른 계곡, 솔바람, 새소리, 물소리 나는 그들과
어우러저서 그곳의 한 풍경이 된다.
손님을 맞고 안내하고 물음에 대답하느라고
몇 시간씩 서 있는 작업이라서 다리가 아프고 저려
몸은 매우 힘들지만 마음만은 늘 행복하다.
전통문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身心과 願力'으로 만들어진 우리의 문화재를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상담실 일도 그렇다.
문제를 가진 내담자들과 상담이 잘 이루어 졌을 때
그분들이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 할 때
내 삶은 물기가 돋아 촉촉해 진다.
요즈음은 상담실 내에 '가정폭력상담소'와
'성폭력상담소'가 개소되어 분위기가 한층 출렁거려
일 할 맛이 난다.
학교수업은 그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고 좋아하는 일이다.
수업시간에 쏟아내는 수없는 나의 언어, 내 시린 언어가
목마른 사람들의 가슴에서 아프게 떨어져 나올 때
감당할 수 없는 설움이 내 목소리를 더욱 높이게 한다.
그래서 수업이 있었던 날은 언제나 목이 아프다.
수업에 열중하여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부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예쁘다.
그리고 교실 가득히 넘쳐나는 풀향기 같은 부드럽고
은은한 그들의 냄새가 정말 좋다. 사랑스럽다.
안아주고 싶다.
나는 칭찬하길 좋아한다.
인간은 자신을 향한 충분한 신뢰와 인정,
애정을 항상 공급할 때 인간관계를 원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신뢰와 인정,
애정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신뢰, 인정,
애정의 합성어로 '칭찬'을 정의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어떤 사람을 칭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그 자체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의 내면에 자라고 있는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인간미와 겸허한 마음,
그리고 진정한 참사랑을 보기 때문이다.
나는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잘 모르는 수가 있다.
내면의 그것들이 없다면 외양을 꾸미면 꾸밀수록
자연스런 멋과 우아함에서 멀어지고 말 것이다.
칭찬은 칭찬 받는 사람이 알거나 모르거나 관계없이
그 사람에게 심리적 위안이 되고 일상 속에 빛이
될 수 있는 활성의 역할을 한다.
산속의 생활이 즐겁다. 아니 즐거운 것이라기 보다
거울 같이 맑은 물에 머리를 감은 듯이 정화된
빈 마음으로 無念無想의 생활이 좋다.
입산하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입산 길에 그림 같이 예쁘고 조그마한 호수를 만난다.
그곳에는 물새가 다섯 마리 살고 있는데 그 중
세 마리는 아기 물새이다. 호수 이쪽에서 저쪽으로
물 위를 뛰어가는 재주도 가끔 부리는데,
그때마다 수면 위에 포물선으로 그어지는 물줄기는
환상을 넘어서 가이 환장적이다.
호수 주위에 어지러이 춤을 추는 억새와 갈대,
물 안에 놀러나와 있는 파란 하늘과 몇 점의
흰 솜사탕이 시샘이 나는 지 한 줄기 바람이
수면을 파르르 떨게 한다.
산속은 대자연 그대로의 존재만 있을 뿐,
적어도 내 마음에는 세상사 편편들은 존재하지 않아 좋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여 함께 어울리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며, 몇 사람을 끔찍이
사랑하고픈 나, 내게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늙어가는 것조차 초조하지 않는
내 생활! 내 생활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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