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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오솔길

* 숲에 부는 바람 *

by 조혜강 2013. 6. 25.

 

 

 

* 숲에 부는 바람 *

 

바람이 붑니다

주홍빛 산나리 꽃술을 흔들고

밤꽃 향기를 휘날리며

바람이 붑니다

초록 바람이 붑니다

넉넉한 품안

보드라운 속살

숲이 이토록 간절하고 사무치는 건

당신을 닮아서일까요

햇살도 수줍은지 내려오지 못하고

나무 위에서만 출렁거리는 오솔길 따라

아무 두려움 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내려놓습니다

산자락 곳곳에 빠알간 산딸기

한 움큼 따먹으니

달콤새콤한 향기 입 안 가득

오늘 점심은 이것으로 족하겠어요

고라니 새끼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습니다

당신의 선한 눈을 닮았네요

빠안히 쳐다봅니다

산에만 사노라니 사람이 그리웠을까요

좀 더 가까이 보려하니

녀석이 놀라 저쪽으로 달아나는군요

애구, 그냥 두고 좀 더 볼 걸

계곡에 걸쳐진 통나무다리

조심조심 건너도 보며

앞산 뒷산 산새들의 노랫소리

조화로운 화음으로 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숲에

바람이 붑니다

평화로운 바람이 붑니다

 

- 혜 강 - (201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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