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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 울산 다향제에 다녀와서 *

by 조혜강 2006. 6. 20.

 

 

 

지난 612일 오후에 제 26'울산다향제'가 열리는 동헌으로

갔다. 울산의 여러 차인 단체 중 '울산차인연합회(회장 김정선)

주최로 다향제가 열린다고 한다. 울산차인연합회 내에는 60 여개

의 차인협회가 있다고 한다.

 

고풍스런 동헌 잔디밭에는 박맹우 울산시장과 정갑윤 국회의원 등

지역 인사와 우아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많은 차인협회 회원들

그리고 나처럼 구경 온 사람 등 700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첫 수확한 햇차를 다성(茶聖) 초의선사(草衣禪師)

의 신위에 올리는 제사를 시작으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와

회원들의 전통 차 시연, 우리 가락 및 춤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시연회가 끝나고 제 2부 우리 가락 및 춤 공연에 앞서 차인연합회

에서는 시원한 다와 떡과 김밥, 과일 등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공손

한 대접을 하였다. 나는 여러 잔의 차를 음미하고 음식도 골고루

많이 먹어서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동행한 안 선생은 특유의 화안한 웃음을 웃어 가며 디카에 고운 모

습들을 담으려고 더운데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사

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다향제에 대한 글을 쓸지도 모른다고 하니

까 그러면 더 좋은 장면을 담아야 하는데 하며 활짝 웃었다.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는 조선 후기의 대선사로서 우리나

라의 다도를 정립한 분이다. 그래서 '다성(茶聖)'이라 부른다.

초의선사는 불문에 몸담고 있었으나 그 테두리에 그치지 않고 유학,

도교 등 당대의 여러 지식을 섭렵하며 다산 정약용이나 추사 김정

, 자하 신위 같은 학자나 사대부들과 폭넓게 사귀었고 범패와 서

, , 문장에도 능했으며 장 담그고 화초 기르는 것까지 허술히

대하지 않았다. , 그에게는 조용한 곳을 찾아 가부좌 틀고 앉는

것만이 선이 아니었으며 현실의 일상 생활과 선이 따로 떨어진 것

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초의선사에게 차와 선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차

한 잔을 마시는 데서도 법희선열(法喜禪悅)을 맛본다고 하였고 차는

그 성품에 삿됨이 없어서 어떠한 욕심에도 사로잡히지 않은 것이며

때묻지 않은 본래의 원천과 같은 것이라 하여 무착바라밀(無着波羅

)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가 지은 동다송(東茶頌)은 차의 효능과 산지에 따른 품질,

들고 마시는 법 등을 적은 것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차에 관한 책이

며 동다(東茶), 즉 우리 나라 차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차는 원래 곡우(420) 무렵에 본격적으로 딴다. '곡우'전에 따

는 우전차라 하여 특별히 귀하게 여긴다. 어린 찻잎 순이기 때문에

생산량은 적지만 순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차는 곡우를 지

나 한여름까지 계속 생산하며 잎의 크기에 따라 세작, 중작, 입하,

대작 등으로 각각 나누어진다.

 

초의선사는 차와 선이 한가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사상을 바탕

으로 다도의 이론을 정리하고 차를 만들어 널리 폄으로써 전래의

차 문화를 중흥시켰다. 다신전에서 한국의 다도를 정리하여 다음과

같은 한 말씀으로 모든 걸 담아 내고 있다. 더 이상의 잡스런 설명

이 필요 없는 명쾌함이다. 말 그대로 선과 차는 다름이 아님을 보여

주신다. 일체의 설명이 생략되어 바로 핵심을 찔러 간다.

 

"정조결(精燥潔)이면 다도진의(茶道盡矣)니라"

만들 때 정성을 다하고 저장할 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 때 청결하게

하면 다도는 완성된다.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동다송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4050리에 걸쳐 자란다. 차는 골

짜기의 난석에서 자란 것을 으뜸으로 치는데 화개동의 차밭은 모두

골짜기이며 난석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처럼 다향제를 구경하고 향기 익은 음식도 먹고, 시원한 차도 마

시고 그날 동행한 안 선생과 구 선생 두 선생님들과의 느슨한 만남

도 좋았다.

 

밤엔 스승의 날에 안 선생으로부터 선물 받은 하동 산 우전차를 개

봉하여 차를 우려내니 그 빛깔이 곱고, 맛이 순하고 향기로워 달님

을 불러들여 달님 한 잔, 나 한 잔 대작을 한다. 전등을 끄고 은은

한 촛불을 밝힌 거실엔 그윽한 선율이 안개처럼 깔리고 아쉬워 떠

날 줄 모르는 달님과 밤이 깊도록 정담을 나눈다.

 

하늘에 찻잔 속에 그리고 가슴속에서 웃고 있는 달님!

나도 한 잔의 차가 되어 그의 영혼 속으로 가고 싶다.

밤안개가 저토록 피어오르고 있는데...

 

- 혜 강 - (2006.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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