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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영화 감상

맘마미아

by 조혜강 2008. 10. 27.

 

 

 

2008. 10. 21() 오후 17203회 상영인 '맘마미아'를 보려고 현대예술관에 갔다.

이날 오후 2시에 대공연장에서 김수희 초청공연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탓이기

도 하지만, 이 영화를 상영한 지 근 두 달이나 됐으니 볼 만한 사람들은 다 보았겠다.

그래서인지 3회 상연 시엔 그 큰 공간에서 나 혼자 영화를 보았다.

 

처음엔 컴컴한 공간에서 혼자 보려니 좀 어색한 기분이었으나 대형 화면에서 공연장이

터져나갈 듯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신나는 춤을 추니 금방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I have a dream'으로 첫 장면은 사과향처럼 풋풋한 처녀들의 노래로 조용히 시작하다

가 순식간에 세 명의 멋진 중년 남들, 뒤이어 깜직 발랄한 처녀들의 하이 톤으로 한껏

올라간다. 다시 조용한 노래가 나오고 또 몸이 절로 들썩거리는 발랄한 군무로 극적 분

위기가 반전된다.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영화 속으로 몰입된다. 중년의 세 여인들의

주름살과 처진 몸을 여과 없이 들어내는 섹시한 댄싱과 열창에 정말 아름다운 중년이란

찬사가 절로 나온다.

 

등장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낌없는 열연에 박수를 보내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겠다.

108분 내내 아바(ABBA)의 노래 속에서 철저히 행복할 수밖에 없었던 나!

내 생애 또 하나의 멋진 신기록이 수립되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나는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등장인물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니 마치 화면 속 세상과 하나인 듯 너무 너무 신났다.

영화를 좋아하여 젊었을 때는 휴일 날 아침 조조활인부터 시작하여 이 극장 저 극장으로

전전하며 하루에 3편이나 본 적도 많았고, 좋은 공연이 들어오면 관람을 하는 편인 데도

공연장 통째로 혼자서 감당한 적은 이 번이 처음이다. 나 한 사람을 위해 영화를 상영한다

고 생각하니 귀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 받는 기분이 들어 정말 행복하였다.

 

108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

맘마미아(mammamia)는 코미디, 로맨스, 멜로 뮤지컬인 미국 영화로서 필리다 로이드 감

독에 출연진은 아만다 세이프리드, 메릴 스트립, 스텔란 스카스가드, 피어스 브로스넌 등

이 출연하며, 18곡의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들어져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맘마미아'(mammamia)는 이탈리아어로 '에구머니나, 어머나, 엄마야' 등의 의미로 쓰이

는 감탄사라 한다. 젊은 시절 사귄 3명의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자 당황한 엄마인 도나가

'맘마미아'를 부르게 되는 설정을 잡은 모양이다.

 

내용은 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한정된 공간성의 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지중해의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른 바다와 그리스 외딴섬의 아름다운 풍정 그리고 아름다운 그리스의

스포라데서 제도를 배경으로 넓푸른 바다에서 요트를 타는 장면,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

지는 노래와 춤 그리고 소피와 스카이의 달콤한 사랑 등에 매료된다.

그리스의 작은 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도나(메릴 스트립)의 딸인 나이 스무 살 된 소피

(아만다 시프리드)는 연인 스카이와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엄마의 옛 일기장을 발견한다. 엄마 몰래 다이어리를 훔쳐 읽은 소피는 아

빠로 추정되는 세 남자의 이름 샘, 해리, 빌을 발견하고 엄마 도나의 이름으로 이들에게

청첩장을 보내 결혼식에 초대한다. 이들 세 남자가 모녀를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소동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대형 화면에 가득 펼쳐진다.

 

비슷한 시기에 엄마와 사랑을 나눈 이들 세 남자는 소피를 모두 자신의 딸이라고 주장한다.

혈액형 등으로 알아볼 수도 있지만 그냥 딸로 하겠단다.

모두가 양보 못한다면 '삼분의 일'의 아빠 노릇도 좋단다.

우리가 쉽게 수용할 수 없는 휴머니즘적 서양 정신문화가 빛을 발한다.

 

소피의 결혼식 날 모두가 손잡고 식장엘 들어가겠다고 나선다.

결국 엄마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는 소피, 그녀는 세상을 더 알고 결혼하겠다며 결혼

식을 거부한다. 화려하게 잘 차려진 식장을 그냥 둘 수 없다며 세 아빠 중 첫 아빠가 엄마

에게 구혼을 한다.

 

그는 20년 동안 엄마만 사랑하였으며 지금은 부인과 이혼한 상태이니 충분히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딸의 결혼식장은 어느새 엄마의 결혼식장이 되어버리고 참석한 하객들의

광기어린 노래와 군무에 정신이 아득하였다.

 

혜 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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